Tuesday, November 23, 2021

낙엽의 감사 Thanksgiving of Fallen Leaves

 낙엽의 감사 Thanksgiving of Fallen Leaves

나는 가까이 있는 숲길을 자주 걷는다. 봄이 되어 새싹이 돋아나는 생의 신비를 즐기는데 신록과 녹음이 덮이더니 어느새 오색 찬란한 아름다움을 주던 나무 잎이 한 잎 두 일 떨어지며 나풀나풀 춤을 추듯 내려 온다. 무엇이 좋아 그렇게 나풀거리며 춤을 추는가 물으니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그렇게 감사한가 하니 낙엽이 말하는 감사 제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성한 잎으로 왕성하게 햇빛을 받으며 깊은 호흡으로 나무에 영양을 충분하게 저장하여 나무가 긴 겨울을 나도록 준비가 되었으니 다가오는 추위에 넓은 잎으로 나무가 떨며 얼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자기 자리를 비우고 떠나면 나무가 살고 봄이 되면 자기는 새 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기에 감사하다 한다. 

잎이 나무에 붙어있을 때는 물과 영양의 공급원인 땅에 고마움을 가지면서도 친밀하게 가까이 못하고 멀리 있었다. 이제는 땅을 만나 껴안고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잎 두 잎 쌓인 이불로 땅을 덮어 따뜻하게 감싸주며 깊은 정을 나누고 함께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한 푹신한 카펫이 되어 길을 걷는 행인의 발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무에서 떨어지며 낙엽이 되자 바람이 부는 대로 여기 저기 날아 여행하며 마음껏 세상을 즐기는 자유를 누린다. 원하는 곳 원하지 않은 곳, 넓은 세상, 구석진 곳, 복잡한 인생 살이, 어깨에 앉고 창가에 앉아 안을 들여다 보고 문간에 앉아 드나드는 모든 것을 바라본다. 웃음과 울음, 잔치와 고독, 사랑과 미움, 동정과 분노, 빈부와 욕정, 칭찬과 원망, 건강과 질고, 삶과 죽음이 얽혀 있는 인간의 깊은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놀랍다. 

낙엽은 불에 타서 재가 되든 썩어서 거름이 되든 생명을 키우는 영양분이 되어 삶을 풍성하게 한다. 풀과 꽃과 나무로 정원과 숲을 이루고 맑은 공기 잎과 열매로 동물과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니 이 어찌 감사하고 기쁜 일이 아닌가 한다. 

추수와 감사의 계절에 떨어지고 쌓이며 바람에 불려가는 낙엽이 말하는 감사를 들으며 교회는 대림절 곧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절기를 맞는다. 이때 나는 낙엽의 감사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적용되는 것을 생각하며 감사한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하나님과 하나며 하나님 자신이시다. 하나님은 생명과 사랑이시나 누가 그것을 알며 그것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나님은 저 멀리 계시고 사람은 여기 땅 위에 있어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남으로 생각되었다.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이 경험되고 인식되는 것은 하늘 자리를 지킴이 아니라 그 자리를 비우고 떠나 사람 사이에 들어옴으로 된다.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함께 하며 실천할 때 사랑이 되고 인식된다. 예수께서 하나님과 동등한 자리를 비우고 떠나 자기를 낮추어 사람과 같이 되어 사람에게 오셨다. 그는 성령 바람을 따라 어디서나 사랑과 섬김으로 품고 감싸며 생명을 일으키고 회복하셨다. 병들고 소외되고 죽은 자에게 사랑과 생명을 주고 자기를 희생하여 영생을 허락하셨다. 누구나 그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고 나아가 그를 닮아 하나의 낙엽처럼 감사하며 살게 되니 이 어찌 참 감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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