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의 하루 A Day of Home Stay (4/22/20)
항상 활동적으로 살던 사람에게 자가격리라는 굴레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매일 직장 사업 또는 약속을 위하여 편리한 길을 따라 나다니던 생활을 멈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아침마다 아이들을 준비시켜 학교에 보내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가 이젠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지나야 하고 부부도 낮에는 헤어져 있다가 저녁에 만나는 것이 즐거움인데 계속하여 같이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지나쳐 부부 싸움이 많다는 것도 현실이다.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던 사람에게 자가격리는 수용소나 감옥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거리두기를 해제하라는 항의시위가 여기 저기서 일어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은퇴한 사람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매일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갈 일이 있다. 친구 약속, 자녀 방문, 회의 참석, 샤핑,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 아름다운 공원 행보, 교회의 예배와 성도의 사랑을 나누던 즐거운 일, 그리고 국내외로의 여행이 모두 중단되었다.
이런 형편에서 격리상태를 자원하여 수도원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택한 길이겠지만 복잡한 세속과 단절하고 격리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수도원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보통 청빈 정절 복종이라는 세가지 서약을 한다. 육적으로 부하거나 넉넉하게 살 생각, 가정이나 이성을 향한 마음, 그리고 자신의 의지나 생각등을 모두 내려놓고 빈 그릇으로 새삶을 시작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로 사는 것, 공동체로서 매일의 계획과 활동이 있는 것, 삶의 중심은 항상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 개인과 공동체 존재의 이유와 힘이 되고 있다.
수도원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하여 저녁 8시에 끝이 난다. 개인 기도 시간, 전체 예배 시간이 아침 낮 저녁으로 있고 기도와 노동 (ora et labora)을 따라 오전 오후에 노동 시간이 있고 식사 시간, 개인 연구 시간을 가지며 하루는 짜임새 있게 훈련으로 연결된다. 자가격리가 시작되며 나는 수도원생활 형태를 모방하기로 하였다. 하루의 시작과 끝나는 시간은 다르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을 따라간다. 개인 경건과 부부 예배는 중요한 부분으로 하나님과 친밀함을 체험하고 그의 사랑과 뜻을 받아드리는 시간이다. 읽고 듣고 생각하며 눈이 열리고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 일이며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언어도 공부한다. 배달되는 재료로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즐거운 감사요 부엌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기쁨이다. 정원에 나가 노동할 일을 만들고 매일 운동을 빼지 않으려 하며 거리두기 중에도 사회적인 접촉은 이전보다 더 넓게 되고 있다. 국내만 아니라 국외 선교지에 있는 동료와 카톡, 이메일, 전화 등으로 연결하고 멀리 있는 가족과는 페이스타임, 웹엑스로 정기적으로 온가족이 얼굴을 보며 담소하는 것은 이전에 없던 일이다. 자가 격리가 오히려 가족과 친구를 더 가까이 하나가 되게 하는 고마움이 있다. 저녁에는 오페라 영화 오케스트라 세계 테마기행 등을 집에 앉아 즐기니 얼마나 축복인가! 하루를 회고하며 감사하고 깊은 단잠을 자게 되니 이 또한 축복이라 집에 있는 하루가 오히려 짧은 것을 느끼며 매일을 감사와 기쁨으로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