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도 떠나지 않아 Leaving but Not Leaving
살아 있는 사람은 항상 이동을 한다. 미국의 원주민은 아시아에서 그리고 개척자는 영국과 구라파에서 옮겨와 이 나라를 건설하였다. 우리도 조국을 떠나 이곳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떠나고 도착하여 앞을 바라보고 힘들게 개척하며 떠난 곳을 생각할 틈이 없기도 하고 또는 잊지 못하기도 한다.
나는 계획에 없던 목회를 미국에서 시작하여 처음은 한 교회 3년 기간으로 정하여 교회가 안정되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며 여러 교회를 개척하다가 뉴욕에서는 떠남이 허락되지 않아 10년을 지나며 전도자에서 목회자로 전환하고 시카고에 와서 그 교회 최장 13년 사역 후 최초의 은퇴자가 되었다. 은퇴 후에는 목회자가 공석인 전환기 교회들을 섬기면서 전체적으로 여러 지역 여러 교회들에 부임하고 떠나고 또 선교사로 3년간 섬기며 남달리 많은 이동을 하였다. 나의 동갑 친구는 전도사로 부임한 교회에서 강도사 부목사를 거쳐 담임목사가 되어 은퇴하고 원로목사기 되기까지 45년을 한 교회에서 사역한 것과는 아주 다른 많은 경험을 하였다.
한 교회 목사로서 얼마나 오래 있었든지 상관 없이 일단 교회를 떠나면 다른 목사가 부임한다. 교인은 양이요 목사는 목자이기에 양떼에 새로운 목자가 오면 그 목자가 중심이 되고 이전 목자는 상관할 것이 없다. 목사가 교회를 떠나면 완전히 떠난다.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관련할 것이 없다. 그 양떼는 맡겨진 목자의 돌봄을 받게 된다.
지역을 떠나는 것도 그러하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로 고향을 떠난 후에 다시 돌아가기 않았다. 아들의 배필을 고향에서 구하지만 아들이 그곳으로 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떠나면 떠난 것이다.
그런데 떠나도 떠나지 않은 것이 있다. 고국을 떠나 이민을 왔지만 항상 고향과 고국을 그리며 내왕하기도 한다.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의 경우 시카고에 가장 오랜 30년을 살면서 목회자로, 은퇴한 후에는 하나의 자연인으로 동료와 이웃을 친구로 삼아 지나다가 이들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눈 많은 이들을 어이 잊을 수 있겠나? 한 집에서 28년을 살며 아내가 창조하여 아름다움이 풍성한 정원에서 팬데믹기간 막내의 결혼을 아빠가 주례한 것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집에 들어설 때마다 밝고 시원한 공간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하던 그 집을 어떻게 잊겠나? 떠나지만 떠나지 못하고 마음에 그것을 품고 있다. 또한 한국일보 칼럼을 통하여 만나던 독자들의 아쉬워하는 격려를 받아들여 이들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만나며 사랑을 나누고자 한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3년을 지나다가 떠나간다 하시니 그들이 걱정하고 염려하였다. 주님은 떠나면서도 떠나지 않는다고 하며 보혜사 성령을 보내어 그들 속에서 영원히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 하신다. 보이는 주님은 떠났지만 약속하신 대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보증으로 성령을 보내시고 우리는 성령님과 동행하다가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믿는 자로서 모두 주님을 새롭게 만나 영원한 주의 나라에서 더 이상 이별이나 떠남이 없이 주와 함께 영원히 살 것을 기대한다. 주여 속히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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